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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읽고쓰고말하기

[아이와 대화] 햄버거를 1,972조각으로 나누는 방법

by smileLee 2023. 10. 21.

아이와 대화

오늘은 제가 아이와 대화를 어떻게 하는지 실제 사례를 들면서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6학년 아들과 감사하게도 아직 까지 대화가 잘 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대화 내용은 아이와 수학학원 갔다가 오는 길에 차에서 나눈 대화입니다.

 

늦은 시간이라 배도 고파서 맥도널드 대파 버거 안 먹어 봤으니 먹으러 가자는 얘기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치킨 들어간 버거를 좋아하다 보니

제가 그럼 대파 버거를 시켜서 반씩 컷팅해서 나눠 먹자고 했습니다.

(저는 건강식 먹느라 햄버거는 안 먹으려 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 가끔 먹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1,972조각으로 나누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냥 뜬금없는 말이었습니다. 아이가 1,972라는 숫자를 이곳저곳에 갖다 붙이고 있던 즈음이었으니까요)

 

저는 이런 아이의 말을 그냥 넘기지 않고 그냥 대화를 이어가는 편입니다.

 

"좋아, 그럼 어떻게 정확하게 1,972 조각으로 나눌 건데?"라고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아이도 처음에는 접근했습니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2의 제곱을 세기 시작했습니다.

 

2의 10 제곱까지 가면 1,024

이제 거의 1,972라는 숫자와 가까워지게 된 것입니다.

 

2의 11 제곱을 하니 2,000조각이 넘게 됩니다.(2,048)

 

그래서 반 나누고 그걸 다시 반 나누고 하는 방식으로 10~11번까지 하더라도

정확하게 똑같은 크기로 1,972조각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더니...

햄버거는 원래 완전히 동그란 원이 아니다는 가정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크기로 자를 수 없다는 게 아이의 논리였습니다.

 

이대로 대화를 마치지 말고 계속 이어가기 위해

저는 머릿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음... 어떤 논리로 다시 물어볼까...

 

"어 그런데 완전히 동그란 원이 아니고 매번 조금씩 다른 원이면

이건 햄버거 사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같은 돈 내고 다른 크기의 햄버거를 받게 되는 거니까

누구는 좋고 누구는 안 좋은 경우가 나오는 거겠네!!"라고

말을 하면서 진짜 동그란 원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원의 크기가 달라도, 같은 질량이면 된다"라고 말을 하더군요.

그럼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공평하지 않다고.

 

아...(감탄사 한번)

 

이렇게 말을 하다 보니 어느새 햄버거를 받게 되었고.

과연 햄버거를 1,972조각으로 자를 수 있을까?

자르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를

둘이 앉아 햄버거 커버를 벗기면서 다시 얘기를 나눴습니다.

 

먹는 동안에도 매장 내  벽에 붙어 있는 글씨 재질이 뭔지

제일 구석 비상구 표시 부분에 완강기가 있는데 

완강기 안내 그림과 완강기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완강기는 놓지 마 과학에서 본 기억이 있다고 저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햄버거를 다 먹게 되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평소에도 한번 대화를 하면 좀 길게 하는 편입니다.

제가 "왜"를 자주 묻기도 하고

더 깊고 넓게 자꾸 물어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이가 보는 단어 'overlook 간과하다'가 있길래

간과하는 게 뭔지 물었습니다.

(간과하다는 단어가 아이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촉이 왔습니다. )

 

혹시

간과하다를 간파하다로 알고 있으려나 하고

 

간과하다가 뭔지 설명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같이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봤습니다.

 

"큰 관심 없이 대강 보아 넘기다"라는 뜻임을 둘이 같이 읽어 보았습니다.

 

잔소리 같겠지만... 모르는 한글말 간과하지 마라~~ 고 다시 말해 주었습니다.

 

국어사전에 있는 예문도 같이 읽었습니다.

 

'나는 그가 따라 주는 술을 마시면서도 그 사실을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
출처 <<전상국, 외딴길>>

 


아이의 말을 간과하지 않고 잘 이어간다면

아이와 같이 깊이 있고 재미있는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아직도 1,972조각을 어떻게 나누는지 머릿속 한 곳에 해결할 궁금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물어볼 예정입니다.

 


지금 앞의 바쁜 게 있더라도

엄마도 아이와 함께 호기심을 계속 갖는다면

또한 긴 안목을 갖고 아이와 차근차근 섬세한 대화를 갖는다면

아마 관계도 좋은 사이로 형성이 될 것입니다.

 

아이의 말이

간과가 아닌 관심의 대상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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